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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수천만 원, 혹은 수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스타트업에게 정말 달콤한 기회입니다. 저 역시 주변에서 이 지원금을 발판 삼아 멋진 아이디어를 플랫폼으로 구현하려는 대표님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외주 개발로 탄생한 서비스 중 상당수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현실을 목격하는 것은 더 흔한 일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자금 문제도 해결했고, 전문 개발사를 통해 결과물까지 나왔는데 말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하고 분석한 결과, 실패는 대부분 3가지 공통적인 함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그 치명적인 함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함정 1: '완성'에만 집중하고 '운영'을 간과합니다.
정부지원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정해진 기간 내에 과업을 완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목표에 매몰되다 보면, 대표와 외주 개발사 모두 플랫폼을 '만드는 것' 자체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서비스의 장기적인 생명력이나 유지보수, 확장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습니다.
결국 사업 기간이 끝나고 외주 개발사가 떠나면, 그때부터 진짜 문제가 시작됩니다. 내부에는 코드를 이해하고 수정할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시장의 반응을 보고 기능을 개선해야 하는데, 간단한 버튼 하나 바꾸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놓입니다.
- 숨겨진 버그와 기술 부채: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시간이 지나며 터져 나옵니다.
- 경직된 구조: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능 추가나 수정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 유지보수 비용 폭탄: 간단한 수정조차 원래 개발사에 건당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함정 2: 코드의 소유권은 우리에게, 지식은 외주사에 남습니다.
계약상 플랫폼의 소스 코드는 당연히 우리 회사 소유입니다. 하지만 코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그 코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핵심적인 기술 지식, 즉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해는 전부 외주 개발사의 머릿속에만 남아있게 됩니다.
이는 마치 자동차 설계도와 부품은 받았지만, 조립 방법이나 정비 기술은 전혀 배우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결국 우리는 이 비싼 코드 덩어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까막눈'이 되고, 플랫폼은 업데이트 없이 방치되다가 서서히 죽어갑니다.
함정 3: 최소 비용 입찰이 부른 '저품질 코드'의 저주
한정된 지원금 안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려는 마음에, 많은 대표님들이 '최저가'를 제시하는 개발사를 선택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과학에 가깝습니다.
저비용 외주는 필연적으로 저품질 코드를 낳습니다.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 '일단 돌아가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코드는 확장성이나 안정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사용자가 조금만 늘어나도 서버가 멈추거나 데이터가 꼬이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집니다. 결국 '싸게' 만든 플랫폼은 가장 '비싼' 기술 부채가 되어 돌아옵니다.
가격 중심 외주와 가치 중심 외주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 특징 | 가격 중심 외주 (실패 확률 높음) | 가치 중심 외주 (성공 확률 높음) |
|---|---|---|
| 선정 기준 | 최저가 입찰 | 기술력, 포트폴리오, 소통 능력 |
| 개발 결과물 | 당장 동작은 하지만 유지보수 어려움 | 확장성 및 안정성을 고려한 코드 |
| 산출물 | 소스 코드 | 소스 코드 + 상세 설계서, 인수인계 문서 |
| 장기적 관계 | 프로젝트 종료 시 관계 단절 | 지속적인 파트너십 가능성 |
해결책: 실패를 피하는 3가지 핵심 전략
그렇다면 이 함정들을 피하고 정부지원금을 '약'으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핵심은 '기술 내재화'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는 것입니다.
1. 외주를 '개발 대행'이 아닌 '기술 파트너'로 대하세요
단순히 요구사항을 던져주고 결과물을 받는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서비스의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며 더 나은 기술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야 합니다. 계약 전 미팅에서 우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게 질문하는지를 보면 좋은 파트너를 가려낼 수 있습니다.
2. 내부에 최소 1명의 기술 담당자를 두세요
정식 CTO 채용이 어렵다면, 파트타임 기술 자문이라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담당자는 외주 개발사의 작업 진행 상황을 관리하고, 코드의 품질을 검수하며, 프로젝트 종료 후 기술을 온전히 이전받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내부 기술 담당자 없이 진행하는 외주 개발은 눈을 감고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3. 계약서에 '기술 이전'과 '문서화'를 명시하세요
소스 코드만 덜렁 받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계약 단계에서부터 아래 항목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명시해야 합니다.
- 상세 설계 문서 (DB 구조, 아키텍처 등)
- API 명세서
- 코드에 대한 상세한 주석
- 프로젝트 종료 후 최소 2주 이상의 인수인계 및 교육 기간
결론: 지원금은 시작일 뿐, 진짜는 그 이후입니다
정부지원금은 분명 멋진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그 돈으로 '플랫폼을 소유'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플랫폼을 '운영하고 성장시킬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진짜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외주 개발을 선택하더라도 처음부터 기술 내재화를 고민하고, 훌륭한 기술 파트너와 함께하며, 내부에서 기술을 이해하고 책임질 사람을 반드시 세우시길 바랍니다. 그래야만 2년 뒤 사라지는 서비스가 아닌, 10년 뒤에도 사랑받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초기 스타트업이라 내부 개발자 채용이 어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정규직 CTO가 어렵다면, 파트타임 기술 자문이나 신뢰할 수 있는 프리랜서 CTO를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이들이 외주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코드 품질을 검수하며, 기술 내재화를 위한 로드맵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Q. 좋은 외주 개발사는 어떻게 구별하나요?
A. 단순히 포트폴리오만 보지 말고, 프로젝트 관리 방식(예: 애자일, 스크럼), 소통 채널, 그리고 계약 종료 후 유지보수 정책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기술 문서화와 코드 리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질문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Q. 이미 외주로 개발했는데, 코드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해결책이 있을까요?
A. 현재 코드를 분석하여 기술 부채를 진단해 주는 '코드 리뷰' 전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를 통해 리팩토링(코드 개선) 방향을 잡거나, 새로운 팀이 인수할 때의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하여 대비할 수 있습니다.












































